나 는 누구인가? 예외적으로 이번에만 격언을 끌어들여 말하자면 사실상 이런 질문은 모두 왜 내가 어떤 영혼에 사로잡혀 있는가를 아는 것으로 귀착되는 문제가 아닐까? 사로 잡혀있다는 말은 어떤 존재들과 나 사이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특이하고 더 필연적으로 더 불안하게 만드는 관계를 맺게 한다는 점에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세상에서 서서히 발견하게 된 개인적인 능력들이, 내게는 주어지지 않은 일반적인 능력을 추구하려는 노력과 상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여러 가지 취향, 내가 어떤 대상에 대해서 느끼는 친근성 , 내가 빠져드는 매력, 나에게 발생하는 사건들, 오직 나에게만 발생하는 사건들을 넘어서, 또 내가 실천한 수많은 행동, 나만이 체험하게 되는 감정들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나의 차별성이 무엇이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나는 부단히 노력하겠다. 내가 이 차별성을 인식하는 정도가 얼마나 분명하냐에 따라서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무엇을 하려고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세계의 운명에 대해서 나만이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메시지가 무엇인가의 문제가 밝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바로 이것이 거미줄의 이미지다. 내 영혼을 사로잡은 너무나 연약한 거미줄! 햇빛 속의 거미줄을 볼 때 무심코 눈을 감아버린다면 그건 그 거미줄이 눈이 부셔서가 아니라 너무나 사라져버리기 쉬워 어떻게 그 의미를 읽어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거미줄의 이미지는 앙드레 브르통에게나 거미줄을 타고 연인에게 가고자 했던 남자에게나, 나에게나 ‘상식적인 생각과 어긋나는 갑작스런 연결과, 망연자실하게 만드는 일치의 세계’ ‘빛의 세계와 같은 금지된 세계로 나를 이끌어갈 수 있는 그런’ 이미지, 즉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랫동안 꿔온 꿈, 어느 한 순간 너무나 이상적인 것! 불안 속의 위안인 어떤 것일 것이다.
그래서 뜨거운 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는 어느 한여름 오후에,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나는 어떤 영혼에 사로잡혀있는가?’로 바꿔 던져볼 때, 우리는 그 질문의 신비로움에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이런 질문은 ‘나’를 다른 것과 바꿔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를 다른 것과 바꾸는 것이야말로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새롭고 낯설게 한다. 나를 다른 것과 바꿔 보는 동안 우리는 또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줄을 타고 기어가는 동안 빛과 떨림 때문에 변하는 한 마리 거미처럼.
--->출처 <----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sctoct007&artSeqNo=2429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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